이화자 글 | 동양북스 | 464쪽 | 14,500원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도시

어떤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 뭔가 창조적 에너지가 샘솟는 그런 곳을 우리는 알고 있다. 홍대 앞 카페가 그렇고, 파리의 센 강변이 그렇다. 더블린은 내가 경험해본 어느 도시보다 창조적 기운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더블린에서는 더블린스러운 모든 것, 더블린이 아니면 안 될 것들이 창조되어 왔고, 지금 이 순간도 창조되고 있다.

크기도 아담해서 런던이나 뉴욕, 서울과 같은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꾸미지 않았지만 오랜 전통과 깊은 인간적 향취가 배어 있는 곳. 이곳을 거닐다 보면 저 북쪽의 외떨어진 작은 섬나라 한 귀퉁이에서 어떻게 그토록 세계적인 문학가와 음악가,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었는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분주하되 소란스럽지 않으며, 흥겹되 흥청대지 않으며, 떠들어대지 않지만 충분히 예술적인 도시! 더블린은 달콤한 휴식의 장소인 동시에 낭만적 사랑의 배경이며 예술가를 위한 영감의 원천이다. 음악에는 오직 더블린만이 내뿜을 수 있는 향기가 짙게 배어 있고, 더블린의 문학에는 이곳이 아니고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공기가 감돈다.

여느 대도시가 그렇듯이 리페이(Liffey) 강을 사이에 두고 여러 개의 다리로 남북이 연결되어 있는 더블린은, 걸어서 한 시간 반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시티센터 내에 최고의 명문 대학과 문화 공간, 박물관과 고성더블린 성이 집중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여행하기 좋다.


다트 트레인을 타고 해안선 따라 가보기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내 중심에서 다트(Dart) 트레인을 타고 20~30분만 가면 남북으로 길고 긴 해안선을 만날 수 있다. 킬리니 힐(Killiney Hill)에 내려보는 것도 좋다. 영화 <원스Once>에도 잠깐 나오는 이곳은, 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언덕을 오르면 해안 절벽 아래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한적하고 부유한 동네로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Bono가 살고 있다. 그러나 거리와 고성이 아무리 아름답다한들 도시를 진정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다. 더블린은 아름다운 명소들에 더하여 아무리 오랜 시간을 얘기해도 끊이지 않는 화제를 지닌 아이리시들에 의해 더더욱 깊이와 빛을 더하는 그런 도시다.

아일랜드 최고의 명문 대학 트리니티 유니버시티(Trinity University)를 비롯하여 작가 박물관(Writer Museum), 뮤직 센터, 필름 센터, 사진 갤러리, 그리고 날마다 최첨단 거리 퍼포먼스와 전통 악기 연주가 펼쳐지는 템플바(Temple Bar)에 이르기까지. 더블린의 하루하루는 편안하면서도 예술적 취향을 만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아일랜드 최고의 명문 트리니티 대학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켈스의 서’

1592년 아일랜드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하에 있던 시절,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를 모델로 만들어진 트리니티 대학은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교정과 건물들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은 결코 작지 않다. 이 대학을 빛나게 하는 것은 ‘켈스의 서(The books of Kell)’라는 도서관이다. 『켈스의 서』는 9세기에 만들어졌다는 복음서로, ‘켈스’라는 지역에서부터 내려오던 성경 고서인데, 18세기에 이곳에 도서관이 완공된 후 이곳으로 이전되어 비치되었다.

세계 100대 대학 중 51위에 랭크될 정도로 의학, 법학, 문학 분야에서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이 대학은 순위 자체보다도 이름만 들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수많은 문인들을 배출해낸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도서관에 가득 소장된 책들과 마치 살아 숨쉬고 있는 듯한 책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서가 한 모퉁이에서 금방이라도 제임스 조이스와 오스카 와일드가 걸어 나올 것만 같다. 그들의 책 넘기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 본문 중에서

* 책 소개
카피라이터로, 대학교수로 승승장구하던 생활을 청산하고 세계 80개국 400여 개 도시를 여행한 저자는 좋은 음식이 몸을 건강하게 해주듯 좋은 여행이 정신을 건강하게 해준다고 우리에게 일러준다. 이 책은 당신의 현재 감정에 맞는 여행지를 찾고 그곳에서 내면을 충분히 들여다봄으로써 스스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