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글 | 미디어윌 | 260쪽 | 13,800원

빈둥거림의 미학 : 마음껏 게으름 피우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정신없이 살다가 죽기 직전에야 비로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잘 살아왔나? 나는 행복했던가?’

죽기 전에 후회하지 말자. 일 년에 한 달쯤은(상황이 안 되면 일주일씩이라도) 모든 것을 멈추고 자연과 교감하며 고즈넉하게 삶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을 갖자. 의미 없이 사라지는 것만 같은 게으름의 시간들은 자칫 방황하며 헛되이 보낼 수 있는 인생의 나머지 시간들을 꼭 붙들어주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할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휴식을 주자. 그동안 학원 다니느라, 시험 보느라, 학습지 푸느라, 어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 일기쓰기 하느라 공백이라곤 없는 생활을 했던 아이들에게 기왕 쉬는 거 확실히 쉬게 해주자. 대부분의 엄마들은 말로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푹 쉬자.”해놓고 꼭 한두 가지씩의 예외사항을 둔다. ‘다른 건 몰라도 일기는 쓰자’ ‘공부는 습관이니까 학습지 두 장씩만 풀자’ ‘영어 단어 다섯 개씩만 외우자’ 하고 말이다.

노는 것까지도 엄마가 짜준 계획표대로 움직이는 요즘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경험이 너무나 부족하다. 어디선가 장난감이 없는 일본의 한 유치원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턴 빈 공간에 아이들을 풀어놨는데 한 달쯤 지나자 그 공간은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주워다 만든 창의적인 장난감으로 가득해졌다는 이야기다.

요즘 유행하는 창의력 향상 놀이, 자기주도학습 같은 것을 잘하는 아이로 만들려면 아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스스로 책을 펴서 들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심심해 몸을 비틀고, 방바닥을 파며 구르더라도 스스로 놀거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자. 기다리는 게 속 터지면 아예 관심을 끊는 것이 잔소리를 하고 과제를 주는 것보다 낫다.

빈둥거림의 미학을 실천하기에 제주만 한 곳이 없다. 자꾸 비교해서 불안하게 만드는 옆집 엄마도 없고, 대강 입고 살아도 신경 쓸 사람이 없으니까,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어도 죄책감이 안 생길 만큼 아름다운 바다의 숲길이 있고, 원한다면 나에게 큰 깨우침을 주었던 잡초 뽑기 명상도 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마음껏 빈둥거리며 한 달 살기, 유혹적이지 않는가?

- 본문 중에서

* 책 소개
공부와 육아 스트레스를 벗어나고자 제주를 찾은 엄마와 아이를 위한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을 담은 책이다. ‘육지사람’들은 알기 힘든 정보를 소개해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제주도민들도 잘 모르는 숨은 명소,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좋은 장소들을 골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