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미 글 | 벗나래 | 320쪽 | 15,000원

낭만의 도시에서 정든 도시가 된 카사블랑카

나는 아랍을 두 부류로 나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걸프 지역의 잘 사는 나라들과 이집트, 알제리, 모로코 등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하지만, 아랍적인 속성을 지닌 위험하고 못 사는 나라들로 말이다.

두 부류 중에서 특히 후자 지역은 사람들의 성향뿐 아니라 말투도 상당히 공격적이고 무례하다. 아랍 혹은 중동이라면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짙은 화장과 화려한 치장을 하고, 다른 나라들과 비교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콧대 높은 모로코인들을 보며 그 나라가 궁금해졌다.

이름만으로도 왠지 낭만적일 것만 같은 카사블랑카에 드디어 첫발을 내디뎠다. 도하처럼 더울 줄 알았더니 바람도 제법 불고 햇볕도 그리 따갑지 않다. 길거리의 야자수가 지중해에 있는지, 아프리카에 있는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프리카에 속하면서도 지중해를 통해 유럽과 맞닿아 있는 카사블랑카는 역시나 유럽색이 짙다.

도하보다 자유로운 이 도시를 이방인의 눈으로 구석구석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눈부신 하늘과 맞닿은 바다 위로 모스크가 보인다. 송골송골 맺힌 땀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에 날아갈 것만 같다. 눈에 보이는 핫산 2 모스크(Mosque, 이슬람교의 예배당)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210m의 미나렛(Minaret, 첨탑)을 가진 이슬람 사원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큰 모스크다.